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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둔 제주 한복집…찬바람 '쌩쌩'
등록날짜 : 2024-02-06 HIT :172

설 명절 앞둔 제주 한복집…찬바람 '쌩쌩'


동문시장 맞춤 매장 한산
최소 매출 90% 이상 감소
결혼식도 대부분 하루 대여
차례 대신 여행 가는 문화
"대목 없어…일부 수의만 제작"

5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60여년째 한복을 팔고 있는 A씨가 한복을 만들고 있다. 고기욱 기자
5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60여년째 한복을 팔고 있는 A씨가 한복을 만들고 있다. 고기욱 기자

"예전에는 이맘때면 밤새 한복을 만들었는데 이젠 아무도 찾지 않습니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한복 가게 상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화가 갈수록 변하면서 전통 한복을 맞추는 손님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1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은 주차장이 가득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지만 내부 한복 가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상인들마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썰렁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60여년째 같은 자리에서 한복을 만들고 있는 A씨(71)는 "제주도에서 한복하면 동문시장이 제일 유명했다"며 "명절이 다가오면 가게에 한복을 산처럼 쌓아놓고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 셀 수 없이 많았던 한복집도 전부 문을 닫아 이제 몇 곳 남지도 않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4년 전쯤부터 급격히 줄어든 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손님이 많아야 한 달에 한 명 수준"이라며 "대여와 가격도 비슷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보관도 어려워해서 대여를 선호한다. 문화 자체가 변해 대여 가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인근 또 다른 한복집도 손님이 적어 한복이 일부 구석에만 걸려있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를 이어 한복집을 2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B씨(53)는 "명절에 입을 한복을 사는 손님은 없고 가끔 수의를 만든다. 그마저도 상조보험 이용자가 많아 매우 적어진 편"이라며 "가끔 어르신들이 찾아오시지만 그분들도 이제 거동이 불편해서 한복은 거추장스러운 옷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명절에 한복 수요가 줄어든 이유로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 등을 꼽았다.

B씨는 "그나마 각종 마을제 등에서 한복을 입는 단골손님만 겨우 남았다"며 "차례보다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코로나19 시기부터 온 가족이 모이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젊은 손님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줄어드는 것보다도 우리의 전통인 한복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하소연했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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